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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서 주부 일이 더 늘었다. 다림질이다. 대충 다리거나 말거나 했던 와이셔츠와 바지에 날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주부 고설희(32·서울 미아동)씨는 "겨울에는 재킷을 늘 입고 있어 셔츠는 앞부분만, 바지는 무릎 부분만 다렸다"고 실토했다. 고씨는 사무실에서 풀먹인듯 빳빳한 하얀 와이셔츠에 날선 바지를 입은 동료를 보면 멋있게 보여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왜 자기 셔츠를 내가 다려야 돼"하는 역심이 생겨 주말에는 종종 부부싸움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호텔 런더리에서 막 배달된 것처럼 구김없이 말끔하게 다림질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 최초의 세탁소로 96년 된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세탁부. 그곳에서 33년간 다림질을 해 온 김동열(62) 지배인은 "수학처럼 다림질에도 공식이 있고, 이것만 잘 지키면 누구든지 잘 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림질이 어렵고 귀찮다는 3년차 주부 고씨는 지난 21일 조선호텔 세탁부를 찾았다. 고씨는 전문가가 쓰는 다리미가 아닌 일반 다리미로 시범을 보여 달라고 했다. 김 지배인은 'OK'했다. 그는 공식만 지키면 어떤 다리미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김씨는 "옷을 잘 다리고 싶다면 다리미판과 양손을 활용하라"면서 "옷에 붙어 있는 성분표에 표시된 다리미 온도를 보고 그에 맞춰 다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다리미를 잡지 않은 손은 옷을 당기고 모양도 잡아주는 보조다리미로, 다리미판은 바지 셔츠를 다리기 쉽게 입체로 만드는 보조물로 활용하라는 것.

"위 아래 가슴 등 큰 부위로 나눠 다리면 시간도 절약되고 불필요한 주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림질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다리미의 진행방향 앞부분을 살짝 들어 밀어주듯 다리세요."

김씨는 "바지의 시접과 주머니 등 안 보이는 부분까지 꼼꼼히 다려야 매끈하게 잘 다려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또 스팀다리미로 다리더라도 마지막 다림질은 열만으로 마무리해야 옷을 입었을 때 구김이 덜 간다고 일러준다.

검정 등 짙은 색 옷을 다릴 때는 반드시 헝겊 등을 대고 다려야 빤질빤질 자국이 남지 않는다. 무릎부분이 튀어나와 보기 흉해진 바지는 젖은 수건을 안쪽에 넣고 잘 펴준 다음 바깥에서 다리면 바로잡을 수 있다. 바지 주름을 잘못 잡았거나 깊은 주름이 생겼을 때는 식초를 분무기에 담아 살짝 뿌린 뒤 다리면 감쪽같다. 김씨가 줄줄 쏟아내는 요령을 고씨는 부지런히 메모했다.

실전에 들어간 고씨에게 김씨는 손수건을 한 장 건넸다. '에게' 하는 표정이었으나 결과는 낙제점. 귀가 맞지 않았다. 모서리를 90도로 각을 잡아 다린 다음 가운데를 다리면 네 귀가 딱 맞게 다려진다는 김씨의 귀띰. 알고 보면 무엇이든 쉽다. 김씨는 셔츠와 바지를 직접 다리면서 설명해줬다. 자, 한번 따라 해보자.

글=김혜림 선임기자, 사진=윤여홍 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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